결혼 가능, 취업 가능, 군대 입영 가능, 운전면허 취득 가능, 9급 공무원 지원이 가능한 사람. 의무와 책임을 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국민의 5대 권리인 참정권에서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일 것이다. 심지어 그가 참정권을 짓밟힌 이유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보가 부족하며 정치화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런 부족하고 터무니없는 논거로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 사람에 대해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그의 이름은 낭랑 18세. 세계 234개 국 중 216개 국(92%)에서 만 18세 이하가 투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보가 부족하며 학교가 정치화 될 수 있다는 등의 성급한 일반화과 근거 없는 논거로 참정권을 강탈당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다.

나는 오늘 이들의 권리를 짓밟고 있는 터무니없는 논거와 일반화들을 격파해 보고자 한다.

 

1. 청소년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청소년들에게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면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 ‘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여기서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청소년은 ‘정치’라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초등, 중등교육을 통해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 어떠한 영향력도 끼칠 수 없다. 그렇기에 정치는 청소년들과 동떨어진 세계로 다가온다.

동떨어진 것에 대해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일정 나이 이상의 청소년에게 투표를 허용하여 당면한 과제로 가져오고, 한 표의 권리가 가지는 무게를 알 수 있도록 교육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지금 어떤 분들은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을 기억해 내며 ‘청년들은 영 정치에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고, 당면한 과제라 한들 청소년들은 관심가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만 19세의 투표율은 74%로, 2~30대의 투표율보다 높다. 18세가 한살 더 먹는다고 갑자기 정치에 대한 관심이 대폭 증가하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이는 당면한 과제일 경우, 청소년들도 정치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2. 청소년은 정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사실 이 논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참 의아하다. 한국은 인터넷의 보급률, 속도가 전 세계에서 손꼽는 나라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손 안에서 세계를 볼 수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정보가 부족하다? 절대 아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치와 사회 문제들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환경상 터무니없다.

 

3. 학교가 정치화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여러분께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학교가 정치화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해 우리는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이다. 원론적인 의미의 정치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정치란 투표 때만 잠깐 접하는 것이고, 더럽고 어려운 것인 줄로만 생각하던 고정관념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부분부분들, 갈등과 화해와 사과. 이 모든 것들이 정치의 일환이다. 다만 우리가 논할 형태의 정치는 범국가적으로 커진 문제들을 다루는 것일 뿐이다.

그럼 바꾸어 생각해보자.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국가에 발생한 문제들, 논쟁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것을 하면 어떤 손익이 있을지를 생각해 보는 것, 즉 정치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들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정치인들이 학교에 지저분한 수작을 부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생각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정치라는 것이 이렇게 멀고 더러운 것으로 치부되게 된 배경은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니까.

하지만 이것이 청소년의 참정권을 짓밟는 것을 합리화 시킬 수는 없다. 또한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형태의 유세행위가 청소년에 대해 이루어지는 것은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므로 위법행위에 대해서 철저한 감시가 뒷받침된다면 청소년의 투표는 공정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4. 청소년은 판단력이 부족하다.

‘판단력에 대한 잣대가 투표권을 빼앗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논거가 얼마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한한다면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투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만 18세라 하여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있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릴 수 있으며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운전을 할 수 있는 만 18세가 당연한 권리를 침해 받을 만큼 판단력이 부족하단 말인가?

18세에서 19세로 넘어가면서 판단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청소년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인권과 평등권을 극심히 침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만 18세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며 거론되는 대표적인 4가지 논거들을 짚어보았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하는 사회에서만 정의는 실현된다’는 솔론의 말을 곱씹어보며, 이제 여러분들이 생각해보실 때다.

2016년 1월 10일, 민주화의 성지에서, 장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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