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경기여고 영상동아리 VEGAS를 찾아갔다. VEGAS는 원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의미를 부여해서 ‘Video, Editing, Genuine, Action and Scenario’의 약자이기도 하다. 동아리실에 들어가자 18명의 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베가스와의 만남♥(feat.인터넷뉴스 바이러스)’라는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환영해주는 마음에 무척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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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장 박주은 학생이 PPT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축제 영화관 운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뭔가 얻어갈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자

부장 박주은 학생은 작년에는 동아리 활동이 별로 없었다며, ‘2학년이 되고 부장이 되면 애들이 뭔가 얻어갈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 VEGAS라는 이름을 새로 짓고, 3월에 동아리 홍보를 할 때에도 로고도 만들고, 홍보영상도 만들어 최선을 다해서 홍보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고 면접 보러 온 1학년들이 20명이나 되었다. 1학년 학생들은 “언니 진짜 열심히 홍보했어요”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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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담당이 윤수혜 학생이 만든 VEGAS로고다. 동아리 활동 중 가장 뿌듯한 일이라며 좋아했다.

계획대로 올해의 동아리 활동은 무척 알차다. 여름방학 동안 영화를 찍어서, 8월에 있는 공모전에 출품할 예정이고, JTBC로 방송국 견학도 간다. 그리고 축제 때는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운영하고, 축제 중앙무대에서 쓰일 영상도 만들어야 한다. 2학기 때는 EBS PD분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VEGAS 단체티로 여름 반팔티와 겨울 후드티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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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GAS의 연간계획표이다.

단대부고와의 연합, 마치 사회 속 한 모습 같아요!

8월에 출품할 영화는 단대부고 영상동아리와 함께 연합해서 만드는 영화다. 동아리 부원들은 단대부고와의 연합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대부고랑 영화 주제를 결정하는데 트러블이 많았어요. 그때 우리끼리 똘똘 뭉치면서 협동심을 배운 거 같아요.” 의견이 맞지 않아 연합을 깰 뻔 했지만, 다행히 ‘MP3’를 소재로 한 아이디어로 의견이 좁혀졌다고 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눈물가게, 지구멸망, 만병통치약…

영화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모든 학생들이 하나씩 아이디어를 내기로 했다.

눈물가게’ 눈물가게에서 원하는 병을 골라 그 병에다 울고 싶을 만큼 운다. 겉으로 보기엔 누구는 더 슬퍼보이고, 누구는 덜 슬퍼보이지만 그 병의 눈물을 측정해보면 모두 같다는 이야기이다. 내 슬픔만큼 다른 사람들의 슬픔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지구멸망’ 지구에 행성이 충돌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표현하는 이야기이다.

만병통치약’ 어떤 병도 고칠 수 있지만, 단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기계가 있다. 그래서 세상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만병통치기계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야기이다.

afectat’(‘성실한, 모범적인, 가식적인’ 이라는 뜻을 가진 루마니아어) 배경은 낮에는 ‘부(富)계층’이 활동하고 밤에는 ‘빈(貧)계층’이 활동하는 세상이다. 두 계층은 만날 일이 없고, ‘부(富)계층’은 ‘빈(貧)계층’의 존재조차 모른다. ‘빈(貧)계층’은 밤 시간 동안 사람들이 기피하는 모든 궂은 일을 해왔고, 이것은 정부가 숨겨온 진실이었다. 이야기는 ‘부(富)계층’인 주인공이 이에 대해 ‘쓰레기는 누가 치울까?’, ‘전기는 누가 만들까?’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실제 영화에 쓰일 이야기는 ‘MP3’이다. MP3에 노래를 담아 들었고, 예전에 그 노래를 들었던 과거를 생각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예전에 그 노래를 들었을 때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MP3를 이용해서 점점 자신의 과거를 바꿔간다. 끝없이 나오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에 너무 감탄했고, 이 스토리들의 뒷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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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GAS 부원이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지원금 15만원, 너무 정직하게 적었어요.

VEGAS는 예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학생들은 “동아리 지원서에 필요한 예산을 적으라는 칸이 있었어요. 거기 옆에 ‘최대 15만원’이라고 써있길래 저희는 그것만 믿고 그냥 15만원을 썼는데, 더 많이 적은 동아리는 더 많이 받기도 했더라고요”라고 말했고 너무 정직하게 적었다면서 속상해 했다. 기존의 오래된 동아리들은 40-5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신생 동아리는 지원금을 조금 받는다고 했다. 축제 때 활동 실적이 검증되어 우수 동아리가 되어야 지원금이 올라간다.

결국 VEGAS는 부원들이 사비를 모아서 활동을 하기로 했다. 카메라를 하루 빌리는데 7~9만원이 들고, 그 밖에 마이크, 조명, 블루스크린, 반사판 등 다른 장비들도 필요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학생들은 장비를 지원해주지 못하면 대여료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궁핍하지만, 우린 발전가능성이 많아요!

VEGAS는 실제 영상, 방송 일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이 들어 온 동아리다. PD가 되고 싶은 친구,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친구,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은 친구, 연기를 하고 싶은 친구, 영화를 보면 어떻게 편집된 건지 생각하는 친구들이 모여있다. 그래서인지 모두 열정도 상상력도 대단했다.

학생들은 VEGAS가 지금은 궁핍하고(웃음) 어려워도, 열심히 하고 밝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많은 동아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동아리에요. 신생동아리이기 때문에 정해져 있는 활동이 없고,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을 새로 만들어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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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여고 영상동아리 VEGAS 부원들이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VEGAS 학생들의 말대로, 잠재력이 정말 많은 동아리가 아닐까. 단 15만원으로 이렇게 많은 꿈을 실현시키려고 열심인 모습이 꽃처럼 예뻤다.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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