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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산나 1학년 학생들이 동아리 한마당에서 공연할 워십을 연습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경복여자고등학교(경향학원)의 꽃, 기독교 동아리 호산나에 다녀왔다. 방학 중인데도 불구하고 14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모여 워십(worship)을 연습하고 있었다. 11월에 있을 동아리 한마당을 준비하기 위해 방학 동안 월~금 2-3시간씩 연습을 한다.

경복여고는 기독교 학교이기 때문에 매주 수요일 예배를 드린다. 예배 시간에 선생님이 찬양 인도를 하시면 호산나는 그에 맞는 워십을 춘다. 전교생들이 모두 따라할 수 있도록 쉽고 큰 동작으로 된 워십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학생들도 친구들이 춤추고, 같이 노래하는 것은 좋아한다고 한다.

 

축제 공연을 하면 3학년 언니들도 ‘잘 봤다’해주시는데, 근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경복여고는 축제 대신 11월에 동아리 한마당을 한다고 한다. 호산나는 2학년 3곡, 1학년 1곡, 단체곡 1곡으로 총 5곡을 춘다. 작년까지는 워십과 건반 한 명으로 공연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싱어, 드럼 등 영역을 넓혔다.

김예지(18) 학생은 작년 동아리 한마당을 회상하면서 말했다. “작년 1학년은 여름방학 때부터 단체곡 한 곡만 연습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어디 가서 내놔도 꿇리지 않는 완벽한. 그때 한 명도 실수하지 않고 무대에서 딱 보여줬었는데 진짜 기뻤던 것 같아요. 뿌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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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동아리 한마당에서 호산나 학생들이 공연하고 있다.

이지영(18) 학생은 공연을 위해 무대 위에 섰을 때의 감정을 세세하게 말했다. “무대에 서면 조명 빛이 너무 강해서 애들이 잘 안 보이고, 조명 빛에 떠다니는 먼지들이 보여요. 언니들이 항상 강조하신 게 시작하기 전에 절대 누가 불러도 고개 들지 말고 준비자세 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준비자세 하고 서 있으면 친구들이 응원해주는 소리가 막 나는 거에요. 가슴이 쿵쾅거리고,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노래가 나와도 몸은 추고 있는데, 아무 생각도 안나요.

끝나고 나서도 ‘아! 끝났다!’하고. 애들끼리 수고했다고 박수 치고 끌어안고. 근데 그게 다 하나의 추억이잖아요. 모르는 언니들도 와서 ‘잘 봤다’이러고 ‘예쁘다’ 해주시고. 근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다른 학생은 “솔직히 동아리 한마당 직전에는 애들이 다 지쳐있어요. 근데 힘을 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2학년 학생들은 “축제 날은 집 가면 화장 지우기도 귀찮아서 침대에 턱, 하고 누웠어요. 엄마가 화장 지워주고. 그날 몸살 났잖아요(웃음)”, “우리는 그래도 한 곡이었는데 언니들은 4곡을 추다 보니까 너무 피곤하다고 회식 자리에서 주무셨어요(웃음)”라며 작년 동아리 한마당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축제 전날까지 정말 모든 걸 쏟아서 연습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언니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지원했어요

호산나는 경복여고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동아리다. 올해도 40명이 지원해서 14명이 뽑혔다. 왜 호산나에 지원했냐는 질문에 1학년들은 “처음엔 워십이라는 걸 잘 몰랐어요. 근데 여기 들어와서 예배시간이 너무 재밌고, 호산나 언니들이 활기차고 신나게 워십하는 모습에 들어오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지영 학생은 처음엔 호산나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가 ‘너랑 나는 호산나에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을 때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문득 ‘아 호산나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호산나에 들어온 건 하나님께서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호산나 면접 때 너무 못 봤거든요. ‘포기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다음 날 공지사항에 딱 제가 붙었다고 뜬 거에요. 그래서 친구랑 동아리 붙었다고 복도를 질주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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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산나 부원들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책상 위에 올라가서 홍보하다가 학생회 임원에게 걸리기도 했어요

경복여고에는 학기 초 3일동안 동아리를 홍보하는 기간이 있다. 점심시간에 ㄷ자 모양으로 책상을 깔아놓고, 여러 동아리들이 홍보 부스를 차려서 홍보한다.

“엄청 치열해요. 동아리 홍보지 막 날리고, 1학년이 지나가면 ‘일단 받아, 일단 받아!’하면서 주머니에 꽂아주고, 가방 열어서 넣어주고, 옷 사이에 넣어주고. 간혹 실수도 해요. 전 1학년인 줄 알고 3학년 언니한테 반말하고 홍보지 줬다가 ‘죄송합니다’하고. 그런 해프닝도 좀 있어요.”

“동아리끼리 막 밀치기도 해요. 선 넘어가면 안 되고. 책상 위에 올라가서 했다가 관리하는 학생회 임원한테 걸리기도 했어요(웃음). 그때가 제일 치열하고 재밌어요.” 동아리 홍보시간의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가 상상이 됐다.

 

호산나는 선후배 관계가 좋기로 유명해요!

호산나는 직속이라고 하지 않고 기도동역자라고 한다. 호산나 단장 김효경(18) 학생은 “저희는 신기하게 한번도 안 싸웠어요. 축제 준비하면서 솔직히 부딪힐 법도 한데 애들도 연습도 잘 나와주고. 축제 전날에 서로 손 잡고 기도하거든요. 그럼 애들이 다 울고 서로 부둥켜 안고, 아침에 눈 붓고. 그런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라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동고동락하며 쌓은 관계에서 진정 돈독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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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산나 2학년 학생들이 동아리 한마당에서 공연할 워십을 연습하고 있다.

한지원(18) 학생은 “교회 다닐 때 침체기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 마다 기도동역자 애들이랑 서로 기도해주면서 침체기도 잘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김예지 학생은 “호산나라는 모임 자체가 정말 희박한 확률로 만나게 된거라고 생각해요. 여자로 태어나서, 비슷한 연도에 태어나서, 몇 백명이라는 경복고등학교에 와서, 스무명 딱 모인거잖아요. 제가 외동이라 호산나가 제게 가족같고 믿음의 동역자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지영 학생은 “호산나가 고등학교 동아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나가서도 기도해주고, 서로 공감해주고, 계속 만나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2학년이 1학년에게 몰래카메라

호산나에는 대대로 2학년들이 1학년에게 몰래카메라 이벤트를 해주는 전통이 있다. 2학년 친구들은 작년의 몰래카메라는 정말 심하게 당했다며 신나서 얘기해주었다. “언니들한테 엄청 혼났어요. 애들 다 펑펑 울고 있는데 그게 다 장난이고 몰래카메라거든요. 갑자기 언니들이 치킨 들고 들이닥쳐요”, “진짜 눈물 콧물 다 짜고 짝언니가 눈물 닦아주는데 콧물 묻고(웃음). 그날은 모든 언니가 다 짝언니였어요.”

2학년 학생들은 올해 1학년들이 약하게 당한거라고 말했다. 이지영 학생은 “이 친구(서린)가 연약해 보이잖아요. 저랑 싸우는 척해서 제가 밀쳤는데, 얘가 기둥에 박고 쓰러져요. 원래 계획은 제가 들쳐업고 학교 현관문까지 들어가면, 이 친구를 패대기 치는 거였어요. 그럼 이 친구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도망치는 거였는데, 선생님들이 와서 119 전화한다고 하면서 일이 커졌어요(웃음)”라고 말했다.

3학년 언니들과 선생님들은 호산나의 이 전통을 알기 때문에 눈치를 채고 장난을 치셨다고 한다. 동아리 부단장인 최서린(18) 학생은 “중간에 눈치챈 선생님이 119 전화하면서 막 ‘삐용삐용’이러고, 언니들도 막 ‘어.떡.해? 어.떡.하.지?’이러고(웃음)”라고 말하며 웃었다. 2학년 학생들은 망했다, 들켰다 생각했지만 1학년들은 놀래서 우는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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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여고 호산나 부원들이 꽃받침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시종일관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너무 즐겁고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들이 너무 예뻐보였다. 서로에 대한 애틋함이 계속 전해지고 자부심이 듬뿍 묻어나는 인터뷰였다.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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