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 좌담회에서는 각 지역별 학생참여위원회 소속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학생자치활동의 현실을 듣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동부 지역에 이어 북부지역 학참위∙노원도봉교육공동체 학생연합 학생들과의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편집자 주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8월 10일 한낮. 서울 대진고등학교 학생회실에서 노원도봉교육공동체 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을 만났다.

노원도봉교육공동체 학생연합은 올해 17기를 맞았고, 노원구와 도봉구의 학생회 임원들이 모여 학생회 교류활동을 하곤 한다. 작년에는 다 같이 축제도 기획해 진행했다. 이들 중 두 명의 학생들이 서울시 북부지역(노원구, 도봉구) 학생참여위원회에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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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성여고 학생회장 최유경 학생, 대진고 학생회장 손정호 학생, 청원고 학생회장 박성준 학생, 영신여고 학생회장 윤서인 학생.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이 날 대진고 학생회실에는 4명의 학생회 임원들이 모였다. 대진고 학생회장 손정호 학생, 영신여고 학생회 임원 윤서인 학생, 청원고 학생회 임원 박성준 학생, 혜성여고 학생회장 최유경 학생이다.

학생회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 각 학교의 학생회실이 어떤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대진고 학생회실은 일반 교실 두 개를 붙여놓은 것보다 더 크다. 인터뷰 중에도 학생들이 수시로 문을 열고 들어와 학생회실을 이용하려 했다.

 

손정호: “학생들이 학생회실을 즐겨 찾아요. 학생회실이 넓다 보니까 이곳을 효율적으로 이용해보고자 작년부터 동아리나 필요한 학생들이 신청을 하면 학생회실을 대여해주고 있어요. 저희는 보시다시피 반지하에 있어서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나요. 하수구 옆에 있어서 열악해요.”

최유경: “작년에 학생회 활동이 잘 돼서 교장 선생님이 학생회실을 바꿔주셨어요. 그런데 벽에 구멍이 뚫려서 거기서 바퀴벌레랑 지네가 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학생회 임원이 총 19명인데 다 앉으면 꽉 찰 정도로 좁아요. 학생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엔 환경적인 요건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박성준: “저희 학생회실은 학교 건물 외곽에 붙어있는 컨테이너 건물이었어요. 거기를 쓰다 보니 곰팡이도 많아서 올해는 건물 안 소회의실로 옮겼죠. 그런데 공간이 크지 않고 의자랑 책상, 칠판 밖에 없어서 쓰기 힘들어요. 학생회 회의를 할 때는 대부분 교실을 빌려서 하는 편이에요. 학생회실은 이용을 잘 안 하게 돼요.”

윤서인: “저희는 하루는 비 많이 왔을 때인데 들어와 보니 바닥이 축축한 거예요. 비가 학생회실로 들어와서 바닥에 물이 찬 거죠. 습기가 원래 많았는데, 그것 때문에 꽤 고생했어요. 그리고 책상이 4개 있거든요. 관리를 안 해주면 책상 가장자리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어요.”

 

본격적으로 학생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회 활동은 주로 무엇을 하는지,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유경: “저희는 주변 학교들에 비해 학생회 활동이 다양하고 많은 것 같아요. 야자독려 이벤트, 급식도우미 인사캠페인 등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기획합니다. 저희가 7월에 학생회 선출을 해서 아직 1, 2학년끼리 유대감이 없다는 게 어려워요. 학생들이 의견을 잘 안 내고 진행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회의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윤서인: “저희 같은 경우, 1~3학년이 모두 같은 급식실을 이용해서 급식지도를 하지 않으면 점심시간에 급식실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제시간에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급식지도를 하는 것이 저희 학생회 특징이에요. 급식지도를 1, 2학년 학생회가 하니까 3학년 언니들을 급식지도하기가 어려워요. 2, 3학년들은 새치기하면 ‘뭐야’하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구요.”

박성준: “학생회 활동을 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다 같이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협동할 수 있는 기회 많아져서 좋아요. 하지만 저희는 학생회 임원을 면접이 아닌 각자의 인맥으로 뽑아요. 친한 친구들만 모여 있다 보니까 진행이 잘 안되고 재능있는 학생보다는 친한 학생으로 구성되고 회의를 할 때도 의견만 말하고 결론이 안 나는 답답함이 많았어요.”

손정호: “저희는 학생회가 세부적으로 분업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교육봉사단이나 의료봉사단, 멘토링 등의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도 대학을 가고자 공부하는 거라 학생회 활동하는데 참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말을 선뜻 못 꺼내겠더라구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끊임없이 나왔다. 우선 학생들은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네 학생들은 모두 학교가 학생회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어떤 활동을 하려면 지원금이 필요한데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잖아요. 담당 선생님께 허락받으러 가면 자기는 모르니까 다른 선생님한테 물어보라고 말씀하시고. 지원금은 물어볼 때마다 지원할 수 없다, 돈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많아서 못 했던 활동도 있어요. 학생 대상으로 우산 대여를 하려고 했는데 돈이 드니까 학교에서는 못 해주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최유경: “학생회가 자치활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기획서를 써서 선생님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처지라서 솔직히 완벽한 자치활동이라고는 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학교 사정이 있으면 지원금이 적을 수도 있지만, 학생회 지원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어요.”

손정호: “저희는 기존에 정해진 행사에 사용되는 예산은 정해져 있는 편이에요. 우리가 만들어서 할 수 있는 활동의 지원금은 다음 년도에 할 경우 편성해준다고 말씀해주시긴 해요.

처음부터 그런 걸 위한 예산이 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예산 문제에 부딪히죠. 예산 문제에 부딪힐까 봐 1학년 학생회 친구들한테 미리 다음년도 예산안을 쓰게 해요.”

박성준: “축제 준비할 때 어느 정도 돈이 나온다고 말씀해주셔야 저희도 맞춰서 진행하잖아요. 저희 학교는 오히려 학생회가 일정 정도의 예산을 요구한 다음에 흥정을 해서 맞춰가는 식이에요. 그래서 학생회장이 높게 부르고 맞춰서 하는 식으로 해요.”

 

학생들은 예산 문제뿐만 아니라 학생회 활동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앞에서 약속한 공약을 지키고 싶어도 일부 선생님들 때문에 공약을 못 지킨다며 억울하게 학생들에게 욕을 들어야 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윤서인: “저희는 축제가 외부에 개방되지 않아서 매년 축제를 외부 개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요. 하지만 선생님들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면 외부인끼리 싸움이 붙는다고 자잘한 이유를 들면서 안 된다고 하세요. 학생들이 보기에는 축제 개방한다고 했으면서 왜 안 하느냐고 말하고. 학생회장은 그러면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데 방송으로 말할 수도 없고…”

손정호: “저희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멘토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었어요. 처음에 후보로 나섰을 때는 공약 통과시켜 줬거든요. 당선되고 기획서를 선생님께 제출했을 때 “너 스펙 쌓으려는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해왔던 멘토링 행사가 종잇장이 되어버렸어요. 선생님 개인의 판단에 의해 좌우돼서 서러웠던 적이 있어요. 이야기를 아는 친구들은 이해해주지만 전교생 1500명에게 다 말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는 결국엔 공약 안지키는 학생회로 낙인찍히고…”

 

학생회 활동의 통제 외에도 학생회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학생회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위해 자치활동 교육도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최유경: “이번에 축제가 11월에서 9월로 바뀌었거든요. 학생들 의견을 수렴할 기회가 짧아지다 보니까 SNS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려고 이벤트를 열었는데 딱 1명 참여했어요. 몇 천 명이 글을 보긴 했는데 참여는 한 명인 거에요. 아무리 활동을 열심히 해도 참여해주지 않으면 활동 의미가 없어지니까…

예전에는 학생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 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많은 활동을 했고 학교의 모든 행사에 나서서 도움 주는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까 다음 년도에 학생회를 신청한 친구들이 훨씬 많이 늘어났어요. 그걸 보면서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얼굴 비치고 홍보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손정호: “학생회가 전문성을 가지는 게 답이라고 생각해서 학생회 교칙으로 편성된 부서를 모두 바꿨어요. 사명감을 갖고 각 부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활동을 짜고, 그러면 인정도 받고 학생회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명색이 자치활동이라면 자치적이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요. 그래서 교육청은 정확하게 학생회 활동에 대해서 학교에서도 건들 수 없는 교칙을 만들고, 그걸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학생회장인 이들에게 학생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대체적으로 학생과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역할이라는 생각과 학생들을 대표해 의견을 내는 기구라는 생각이 나왔다.

손정호: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 선생님, 학부모 3주체의 의견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중재자 역할이 학생회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한 쪽 편만 들어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최유경: “학생회는 학생과 선생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생회라면 학생들이 저희 신뢰할 수 있게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봐요. 모범을 보여야 학생들이 저희 믿고 따라오고 선생님도 믿음을 주시니까요.”

박성준: “학생을 대표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선생님께도 말하고, 학생들이 낸 불만이나 교육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부분을 학생 대표로서 실현하게 해주는 게 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 발전과 학생 불만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윤서인: “학생을 대표해서 의견이나 학교한테 ‘소리 지른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학교가 그 소리를 들어주시냐, 안 들어주시냐에 따라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죠. 학생회는 선생님과도 가장 가까운 학생이라고 생각하구요.”

 

마지막으로 이들은 ‘노도공’(노원도봉교육공동체 학생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꼭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최유경 학생은 “노원∙도봉지역을 대표하는 단체하면 딱 ‘노도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한다”며 “각 지역의 학생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정호 학생도 “학생회가 개별적으로 하는 활동은 약할 수 있지만 다같이 학교에서 실천하는 건 힘이 있다”며 “학생회끼리 사례도 나누고 서로 연락해서 자료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정호 학생은 꼭 노원구나 도봉구 소속 학생회가 아니어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날 좌담회를 마친 학생들은 다음날 있을 ‘노도공’ 회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갔다. 비록 이들에겐 학생회장 역할 자체가 어렵고 힘들지만 학생자치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의를 가지는 모습이었다.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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